
제목 : 소년이 온다.
작가 : 한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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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도청에 모여드는 시신들.
그리고 유족들에게 얼굴을 보여주고, 위로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피해주는 사람들.
5.18 운동에 대한 이야기이며, 가슴이 저릴 정도로 아픈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읽고난 뒤...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졌고, 가슴이 저려왔고, 그곳에 있지 않았던 나에게 그때의 일이 생생하게 전해지면서 두려워지기도 했다. 그곳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워서 몸서리가 쳐진다.
5.18은 말로만 듣던, 그러니까 광주에서 벌어졌다고 어렴풋이 들어봤던 말이다. 박정희가 군대를 일으켜 나라를 집어삼킬 때에 반발하면서 벌어졌던 끔찍했던 일이다.
아직까지도 그 일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 일과 관련된 소설과 책과 보고서가 수도 없이 올라오지만, 안타까운 사람들에 대해서 지금의 사람들은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에 바쁘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엔 그랬다.
나는 용감한 사람이 아니다. 광화문에서 시위를 할 때도 한 번도 나간 적이 없다. 그저 마음으로 응원하고, 힘을 보태겠노라 말하는 사람이다.
뉴스를 보며 비난하지만, 직접 나설 정도로 용기 있는 사람이 아니었고, 그건 내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
만약 저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몸을 웅크리고 있지 않았을까?
거리에 피를 흘리며 죽어간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용기 없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나고, 사람들을 죽이는 나라에게 분노를 쏟아내지 않았을까?
이번에 벌어진 일에 대해 국민의 승리이니 축하해야 할까? 아니면 국가가 망신을 당했으니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
이번 일을 겪으면서 알게 된 점은, 국민이 모이면 나라가 어쩌지 못한다는 거였다.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믿고 싶다.
아래쪽에 있는 글은 책을 읽지 않은 분들에게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기억나는 글.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네가 방수 모포에 싸여 청소차에 실려간 뒤에.
용서할 수 없는 물줄기가 번쩍이며 분수대에서 뿜어져나온 뒤에.
어디서나 사원의 불빛이 타고 있었다.
봄에 피는 꽃들 속에, 눈송이들 속에. 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 속에.
다 쓴 음료수 병에 네가 꽂은 양초 불꽃들이.
- p.102
내 몸이 내 것이 아니라는 걸 일단 분명히 해두려는 것 같았습니다.
내 삶의 어떤 것도 내 뜻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허용되는 건 오직 미칠 듯한 통증,
오줌똥을 지리도록 끔찍한 통증뿐이라는 것을.
- p.105
계단을 올라온 군인들이 어둠속에서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우리 조의 누구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습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사람이 죽는다는 걸 알면서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린 쏠 수 없는 총을 나눠 가진 아이들이었던 겁니다.
- p.117
우리 몸속에 그 여름의 조사실이 있었습니다.
- p. 126
‘우리는 총을 들었지,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그에게 대꾸하지도 않았습니다.
'그게 우릴 지켜줄 줄 알았지.'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는 일에 익숙한 듯,
그는 술잔을 향해 희미하게 웃었습니다.
'하지만 우린 그걸 쏘지도 못했어.'
- p. 127
아시겠습니까.
그러니까 이 사진에서 이 아이들이 나란히 누워 있는 건,
이렇게 가지런히 옮겨놓은 게 아닙니다.
한줄로 아이들이 걸어오고 있었던 겁니다.
우리가 시킨 대로 두 팔을 들고,
줄을 맞춰 걸어오고 있었던 겁니다.
- p. 133